나도 인간이 되련다
북한 국립예술극장 전속 작곡가인 석봉은 월북한 약혼자 복희와의 결혼식을 몇 시간 앞두고 당의 호출을 받는다. 석봉은 당 간부로부터 소련 파견 문화사절단 단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서 집으로 돌아오지만 복희는 간데없고 복희 오빠가 그를 맞이한다. 복희의 행방을 묻는 석봉에게 복희 오빠는 복희가 어디론가 끌려간 것 같다고 대답한다. 복희의 행방불명은 석봉을 좋아하는 소련대사관 문화담당관 나타샤가 꾸민 일. 나타샤는 석봉을 유혹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석봉은 나타샤와 가까워진다. 어느날 석봉은 반체제 인사인 친구 소원을 따라 폐허가 된 교회에 들어갔다 반북한 유격대 대원들을 만난다. 그 후 석봉은 자신을 미행하던 당원들에게 발각돼 소원이 처형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또한 복희 오빠가 유격대 대장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잇따른 사건으로 번민에 휩싸인 석봉은 설상가상으로 그가 작곡한 음악이 형식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더욱 좌절에 빠진다. 석봉은 친구로부터 파멸을 피하려면 보스를 만나보라고 충고를 받는다. 수수께끼같은 인물인 보스는 석봉에게 체제와의 타협을 권고하며, 그를 복희 오빠가 처형된 현장으로 데리고 간다. 사형장에서 나온 석봉은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던 나타샤를 따라 복희가 있는 수용소로 간다. 석봉은 모진 고문 끝에 미쳐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복희를 뒤에 남겨두고 나타샤에게 이끌려 그녀의 집으로 간다. 나타샤와 정사를 나눈 석봉은 그녀 앞에서 부지불식 간에 복희의 이름를 부르고, 화가 난 나타샤는 석봉에게 파멸을 선언한다. 체포된 석봉은 반동분자와 결탁한 혐의를 받고 사형에 처해진다.